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본격적인 선거 운동을 시작한 대선 후보들은 보수 민심을 잡기 위해 지난 13일 일제히 대구를 방문했다. 보수 텃밭의 민심은 여전히 견고할지, 두 번의 탄핵으로 표심이 흔들리고 있는지 TK 민심 1번지인 대구 서문시장과 대구 관문인 동대구역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서문시장 상인들 '여전히 국민의힘 지지하지만 일부 실망'
대구 서문시장. 정진원 기자지난 14일 찾은 대구 서문시장은 29도에 육박하는 높은 기온에도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다녀간 서문시장은 여전히 보수 성지 대구의 심장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옷 수선집을 운영하는 각석훈(65·남)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국민의힘을 지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바쁘게 재봉틀을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옛날부터 우리는 보수"라며 "나라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김문수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70대 남성 A씨도 "윤석열이 잘못한 건 맞는데 상대방(민주당)이 더 잘못했다. 이재명이 재판을 왜 안 받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잘못한 게 없으면 왜 안 받느냐. 찝찝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국민의힘을 두둔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도 있었다. 방석집을 운영하고 있는 70대 B씨는 "그게 무슨 내란이냐. 대통령이 내란을 해서 더 올라갈 데가 어디 있나. 야당이 전부 탄핵시키고 훼방을 놓으니까 한 몇 시간 했다고 하는데 차라리 한 달, 두 달 동안 해서 휘저어 버려야지"라고 거센 발언을 이어갔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해선 반감이 컸다. 커피 가게를 운영하는 박정자(79·여)씨는 이재명 후보가 보수를 아우르려고 하는 행보에 대해 "거짓말이다. 내로남불에 사법부까지 장악하려는 사람한테 무슨 나라를 맡기겠나"고 말했다.
한복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송희영(54·여)씨도 "민주당이 (대통령) 해도 되는데 이재명이 되는 건 안 된다. 겉과 속이 다르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송씨는 이재명 후보의 범보수 움직임에 대해선 "여기(서문시장)에서는 안 먹힌다. (이재명 후보가) 서문시장에는 절대 안 온다. 저번 대선 때도 안 왔다"고 지적했다.
일부 상인들은 국민의힘 후보 단일화 과정을 보고 실망해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옷가게 주인인 70대 전치완씨는 "기존에는 국민의힘을 지지했지만, 단일화 과정의 절차가 너무 합당하지 않아서 생각이 바뀌고 있다. 당원이, 국민이 정했으면 그걸로 끝인데 한덕수가 좋은 사람이라지만 왜 교체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대구역 시민들 "여전히 국힘" VS "TK 민심 흔들릴 것"
동대구역. 정진원 기자대구 관문인 동대구역에서 만난 시민들의 입장은 국민의힘 지지한다는 입장과 TK 민심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15일 동대구역. 동창회를 위해 대구에 방문했다는 80대 여성 정모씨는 "경상도 사람이라 그런지 무조건 김문수. 김문수가 강직하고 흠잡을 데가 없다"며 여전히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이재현(73·남)씨는 "예전엔 국민의힘을 지지했지만 국민의힘이 국민들에게 너무 실망을 줬다"면서도 "이재명은 법적으로 죄가 있어서 후보도 못할 사람이 뻔뻔스럽게 대통령으로 나온다"며 이재명 후보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여전히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서종철(49·남)씨는 "민주당에서 거의 입법, 사법을 다 독재를 하고 있고, 대통령까지 된다면 행정부까지 하게 된다"며 "그걸 막기 위해 국민의 견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 민심이 흔들릴 것이라고 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50대 여성 장윤정씨는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대구가 보수 성향인 동네로 낙인이 찍혔는데 진보 쪽으로 확 돌아섰다기보다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던 분들이 내란에 대해 잘못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이원준씨는 "계엄을 했는데 그게 분명 안 좋은 영향으로 본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또 국힘에서 서로 단합이 안 되고 싸우는 모습도 보여주고 해서 좀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학생들 "국힘 반대 VS 민주당 견제", 직장인들 "민심 변화 있을 것"
출근길에 나선 대구 시민들. 정진원 기자서문시장과 동대구역 이외에도 좀 더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대학교 학생들과 출근길 직장인들을 만나봤다.
지난 15일 만난 경북대학교 학생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과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입장으로 대립했다.
경영학부 학생인 이예림(25·여)씨는 "민주당의 행보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국민의힘은 두 번이나 탄핵이 된 당이어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물리학과에 재학 중인 조민우씨는 "지난해 수능 입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을 휘둘러서 입시판이 망가졌다. 그때부터 친구들과 국민의힘이 일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한편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의힘을 지지해야 한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정치외교학과 재학생인 김지수씨는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권분립을 지킬 수 없으니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TK 민심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16일 오전 8시 반월당역에서 만난 30대 남성 지명근씨는 "변화가 분명히 있을 것 같다. 탄핵 정국 전부터 TK 쪽에서도 보수 민심에 많은 변화가 있기도 했고 탄핵이 이뤄지다 보니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비스업에서 종사하는 C씨는 "대구에서 (보수를) 계속 찍어준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고 대구 사람들은 그런 걸 많이 느낀다. 여태까지 (정권을) 계속 다 잡았는데 결국 기업 다 떠난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사무직에 종사한다는 40대 여성 D씨는 "원래 보수였는데 지금 마음이 바뀌고 있다. 그런 것들을(국민의힘 후보 단일화 과정) 봐왔는데 그런데도 지지하는 건 뭔가 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D씨는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 대통령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전체적으로 (나라가) 너무 분열돼 있어서 좀 더 통합할 수 있고 포퓰리즘 같은 정책이 아니라 트럼프 관세 전쟁 등 현재 문제를 타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