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1시 20분쯤 대구 산불 대피 주민들이 짐을 들고 귀가하고 있다. 곽재화 기자 29일 오후 1시 대구 산불 피해 주민 대피소가 마련된 북구 팔달초등학교 체육관.
주불 진화 소식이 전해지자 고요했던 체육관이 갑자기 어수선해졌다.
각 구호 텐트마다 돗자리를 접거나 가방 지퍼를 급하게 여닫는 등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운 마음에 이재민들은 급하게 짐과 그간 받은 구호물품 등을 양손 가득 챙겨 텐트 바깥으로 뛰쳐 나왔다.
현장에 있던 북구 관계자들은 확성기를 손에 들고 "아직까지 대피 해제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주민들을 진정시켰다.
주민들은 달뜬 목소리로 "정말 무서웠었는데 다행이다"며 서로에게 위로를 건넸다.
대피소를 나온 노곡동 주민 박길년(84)씨는 짐이 한가득 담긴 쇼핑백을 들고 "마음이 우울했는데 이제 집에 가니 좋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노곡동 주민 60대 여성 A씨도 "가족들에게 빨리 데리러 와달라고 했다"면서 "이제 노곡동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니까 좋다"고 반가워했다.
김태준(78)씨는 "처음 있는 일이라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는 대피 과정이 만족스러웠다"면서 대피 현장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조야동 주민 박정희(77)씨는 경북 산불 이재민들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박씨는 "의성이나 청송 산불을 보면서 우리는 이런 일 없겠다 생각했는데 우리가 당하고 나니까 그 심정을 이제야 알겠다"고 말했다.
이후 오후 1시 33분쯤 공식적으로 대피 명령이 해제됐다는 재난문자가 발송되자 남은 이재민들도 서둘러 짐을 챙겼다.
북구는 대형버스 1대와 중형버스 1대, 승합차 등을 지원해 남은 대피 주민을 귀가시켰다.